화창한 봄날....
괜시리 아침이 밝아오면 어디론가는 가야만 할것 같은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던 날이 이어지다
마침내 가까운 석촌호수를 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호수를 둘러 싸고 있는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주변엔 잘 정돈된 빌딩들이 우람하게 서있는
석촌호수는 어찌보면 인공 호수라기 보다는 회색 매연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활력을 제공하여 주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거기에 더하여 스위트 스완(sweet swan)이라고 하는 하얀 백조 인형까지 호수에 등장 했다고 해서
나름대로는 어렵게 장만한 카메라 두었다 무엇에 쓰냐란 생각으로
커다란 렌즈 배낭을 챙겨 메었습니다.
석촌 호수 옆에는 123층이라는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하는 빌딩이
하늘 높이를 재기라도 하려는듯 거대하게 서 있었지요.
오매불망 자연을 사랑하고 꽃 사진밖에 담을줄 모르는 필자 인지라
인공 조형물이나 건물들은 어지간 해서는 렌즈에 옮기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날은 이상하게 자꾸만 건물쪽으로 렌즈가 돌아 가더군요.
그것은 아마도 조형물이라는 생각 보다는 내가 서있는 공간속에 주어진
하나의 작품들이 배열된듯한 느낌 이었다고나 할까요?
자연속에 형성된 꽃과 나무들, 그리고 객관적 주인공인 인간이 만든 예쁜 백조,
거기에 더하여 마치 신을 정벌하고자 도전했던 바벨탑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인 거대한 123층 빌딩...
대단히 어울리지 않고 이질감이 충만할것만 같은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리다보니
묘하게도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것처럼 아주 익숙한 풍경이 형성되더군요.
한마디로 내가 보고있는 풍경은 바로 신과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만들어낸
조화(調和)라고 하는 제목의 커다란 작품 같다고나 할까요?
그 조화로운 공간속에서 유영하는 밝고 화사한 표정의 군상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와 더불어 행복에 겨운 표정들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삶이 버겁고 현실이 어둡긴 하지만 이렇게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속에서는
누구나 할것없이 태초의 행복에 겨운 표정들을 찾을수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 역시도 너무 편안한 느낌으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작금의 사태가 국내외 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겨울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는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도 버겁고 슬픈 현실들이 간혹은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 모든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 내고 종내는 밝은 미소를 되찾게 되리란것을
믿을수밖에 없다는 희망과 같은 것이겠지요.
더없이 맑고 밝고 화사한 봄날 호숫가의 풍경...
일렁이는 물결엔 온화한 바람에 실린 환희가 끊임없이 밀려왔고
꽃은 향기로웠으며 스위트 스완은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머리를 맞댄채
나에게 끊임없는 미소를 요구하고 있었지요.
실로 오랜만에 걱정과 근심이란 단어를 한꺼번에 모두 잃어버린
행복에 겨운 하루였던것 같습니다.
견딜수 없는 횐희가 넘쳐나 베시시 웃음 머금으며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엔
하얀 눈송이를 닮은 꽃송이들이 하늘 가득 매어 달린채
행복의 이온을 쉼없이 머리위로 뿌려대고 있었습니다.
-봄날 석촌 호숫가에서-
녹제/조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