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어느 집을 방문할 적에 수박 한덩이 들고 가면
그저그런 인사거리 정도는 된다.
그러나 고창은 예외다.
복분자도 있고, 풍천장어도 있거니와
고창은 수박빼면 서럽다한다.
그러길래 다른 곳도 아니고 고창 누님댁에 갈 적이면
수박 들고가면 되레 구박 한덩이를 맞는다.
휴일에 고창 누님댁에 들러, 믿거나 말거나
작년 여름에 매형이 후르룩 쩝쩝 먹고 수박씨 몇 개를 뱉어두었다는
소나무밭 한귀퉁이 송아지 눈알만한 수박밭에 가서
수박과 참외 몇 개 따려고 길을 나선다.
날씨는 연이은 장마 사이에 땡볕이 한창이라 온통 뜨겁다.
하늘은 맑지만 바람 한 점이 없다.
구부러진 농로를 따라 차에서 내리자
푹푹 찐다는 말이 실감난다.
금새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 불볕 더위에 지쳐 속살을 드러내듯
엉덩이를 까고 앉은 수박과 참외가 적이 관능적이다.
이 놈은 슬쩍 건드려 보고,
저 놈은 뒤로 가서 가만 두드려 본다.
어떤 놈은 아파 골골하고,
또 어떤 놈은 아프다 못해 킁킁 썩어가는 중이다.
아주 지극히 잠깐이지만 장난 아니다.
푹푹 찌는 더위가,
흥건히 흐르는 땀이,
대낮인데도 너본지 오래다 반갑다 달겨드는 모기떼가
장난이 아니다.
여기도 물고 저기도 물고 신났다.
수박이나 따러 같이 갈까?
음, 재미 있겠는데요.
아니다. 그렇지 않다.
탐스런 수박도, 빛깔 좋은 참외도 단지 눈에 그렇게 보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얼굴이고 어디고 간에 온통 흙투성이다.
힘들게 따서 가져와서 씻고 나서
쟁반에 쩍하고 갈라 놓으니,
음, 이제 좀 먹음직 스러운 게
평상시 접하던 수박같고 참외같다.
새빨간 거짓말을 좀 보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