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를 찾는 마음
한파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매서운 추위를 뚫고 겨울바다 한번 찾아보세요.
마음 답답하실 때, 큰 위안을 전해 주며 바다를 보고 있으면 참 시원하게 가슴이 뻥 뚫려 집니다. 겨울바다에는 쓸쓸함보다 따뜻한 사랑이 있다. 소금기 밴 비릿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을 거닐다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냉면사발을 들이킨 것처럼 시원해진다. 연인이 함께 가면 아름다운 추억이 새록새록 쌓일 테고 가족이 함께 가면 훈훈한 정이 오고 갈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생명체이기에 부대끼고 산다는 것이 힘들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이기에 바다를 찾는 마음도 계절 구별이 없다.
그 곳에는 언제나 파도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다가 지닌 사계절의 모습을 자기모습으로 가슴에 담으려 한다. 볼을 할퀴는 칼날 같은 찬바람, 원색의 파라솔이 철수한 을씨년스런 백사장, 갈매기의 울음소리…. 겨울바다는 적막함으로 가득하다. 치장을 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과 ‘바다’라는 어휘가 이럴 때 어울리며 매우 미묘한 뉘앙스가 형성된다.
바다는 언제나 맨몸으로 뭍을 향해 달려든다. 땅 위의 것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다. 섬과 초목 위에는 눈이 쌓이고, 사람들은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있다. 우리가 겨울바다를 찾는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한겨울에도 맨몸으로 당당하게 저 홀로 헤엄치는 바다는 날이 추우면 마음도 추운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수평저 넘어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인간의 현실과 꿈의 세계도 보다 극명하게 측정된다. 눈길이 가 닿는 영역, 그 한계선이 우리의 현실이고, 소실점消失點) 너머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또 다른 세계가 꿈의 영역이다.
일출(日出), 평명(平明), 정오(正午), 일몰(日沒)이란 모두 저 수평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은 저 바다가 해를 밀어 올리는 그 순간 시작되고, 수평선에 해가 잠기면 마무리된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이며 망망한 수평(水平), 치우치는 법이 없이 절대적인 무오류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존재 한다는 진리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을 위해서가 아닌 보이지 아니하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참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