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안개
글*그림/소제 박 춘묵 작
하늘에 오르지 못한
입김들이
보리밭 이랑에 업드려
선잠을 자다
잠자리
날개가 펴지듯
안개속에 날개가
펴 마른다
어제의 감정들은
안개속에선
무덤속에 든 부장품 처럼
생명을 잃었다
언어도 퇴색 되고
애써 가꿔온 화려한
미색들 또한
무색 하다
계월의 남쪽언덕
안개 속에
시린 손가락에 낀
보석 하나 빛난다
섣달
백년 전이나 다름없는
선대의 목소리로
목청높여 다퉈 울때
깜짝 놀라 피어난 매화
계절이 무색해
향기나
안고 나왔으려나ᆢ
정월 초 산날
백매 몇송이
안개 비집고
얼굴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