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일경구화 수정(水晶)
엽예품에 있어 수정이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잎이 타들어가는 볼품없고 가치없는 난초로 여겨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 난초에서 신비롭고 특이한 형태의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다. 엄밀히 말하면 수정난초는 엽예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화예품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품종이다. 따라서 꽃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잎 자체만으로는 심미안적인 측면에서 작품성을 느끼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일단 특이한 꽃이 피워준다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화형이 단정하면서 특이한 형태를 갖춘 일경구화 화예품들이 천문학적인 숫자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중국난계의 환경을 이해한다면 왜 지금 중국에서 수정중투나 수정복륜의 가격이 고가에 형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상인들은 일경구화 수정은 잘 판매하려 하지 않는다. 얼마냐고 물으면 꽃을 봐야 한다며 판매를 거부하기 일쑤다. 그나마 수년전 국내로 수정계열의 일경구화들이 상당량 유입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국내에서는 수정무늬의 일경구화를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수정 품종의 특성과 종류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것들이 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자.
1) 난초에서의 수정(水晶)의 의미
난초에서 수정이란 용어는 잎에 수정(水晶)처럼 맑고 투명한 무늬가 나타나는 것들을 말한다. 이는 난초의 잎에 비닐막 같은 투명한 무늬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정중투, 수정복륜, 수정산반 등으로 나눠진다. 물론 수정의 무늬들은 투명도가 일률적이지 않다. 맑고 깨끗한 것에서부터 투명도가 약한 것까지 다양하며 색감 역시 백색, 유백색, 황색 등 여러가지다.
2) 수정의 무늬가 화형에 미치는 영향
난초의 잎을 보고 꽃의 형태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잎의 형태를 보고 꽃이 어떤 모양으로 개화할 지를 정확히 알아낸다면 생물과학의 일대 변혁이요 세계 토픽감이 될 것이다. 특히 명품 화예품의 가격이 높은 일경구화에 있어서 이는 더욱 중요하다. 잎을 보고 화형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 수정계열은 여느 품종보다 잎과 화형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성을 잘 관찰한다면 큰 행운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춘란이나 춘검 등 기존 난초들의 수정꽃을 잘 살펴보면 잎과 꽃의 연관성을 어느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춘란 기화의 '원광'이나 '묘묘' 또는 '천생연분' 같은 품종의 잎을 잘 살펴 공부하고 유사한 수정잎의 일경구화를 선별해 배양한다면 좋을 결과를 얻으리라 확신한다. 단지 일경구화는 여느 난초와 달리 꽃달림이 더디기 때문에 인내와 확신을 갖고 배양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필자가 지금까지 공부한 바에 의하면 수정 중투의 경우는 주 부판이 기이하게 변화된 화형이 나올 확률이 높고, 수정 복륜의 경우는 대부분 혀가 큰 대포설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수정 호 또는 수정의 무늬가 약한 것에서도 좋은 꽃이 나온 경우가 있으니 이러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튼 수정 품종에서 좋은 꽃을 찾는 것은 딱히 정답이 있을 수 없으니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④ 기타 엽예품
지금까지 살펴본 일경구화 중투와 단엽 그리고 수정 품종들외에 엽예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을 열거하면 복륜, 호피반, 서호반, 사피반, 산반 등 다양하다. 이러한 품종들은 춘란과 무늬 형태가 거의 흡사하므로 춘란에 기준하여 이해하면 될 것이다.
1) 복륜
춘란에 있어 복륜은 번식력이 강하고 수량이 많아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경구화 역시 춘란과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춘란의 명명품 '신라'처럼 잎의 성질이 좋거나 복색화가 핀 복륜화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일경구화 복륜중에서도 잎 발전성이 좋거나 복색화 가능성이 있는 품종들을 선별해 배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2) 서호반
서호반이라 함은 서반과 호반이 혼재하는 것을 말한다. 신아가 올라올 때 맑은 서성의 무늬를 보이다가 성촉이 되어서는 반성으로 무늬가 남는 것을 말한다. 서호반 품종은 색대비가 좋으면서 무늬가 특이하면 엽예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색감이 약해도 꽃에 황화나 주금 또는 홍화 등을 기대할 수 있기에 인기가 좋다. 반면 호피반은 신아때 무늬가 없지만 자라면서 후천성으로 무늬가 생기는 것을 말하며, 색감이 좋을수록 명품이 된다.
3) 사피반
일경구화에는 춘란에 비해 유독 사피성 무늬가 드물다. 춘란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예쁜 사피반들이 일경구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일경구화에서도 우수품종의 사피반들이 선을 보일 것이다. 아무튼 현재로선 누가 먼저 우수한 사피성 종자들을 확보해 작품성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4) 산반
모든 무늬는 산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엽예품의 기본이 되는 무늬가 산반이다. 산반은 말 그대로 하얗고 노란 작은 점들이 흩어져 무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점들이 잎 전체에 뭍어있으면 전면 산반이요 뭉쳐진 것들이 선을 이루고 있으면 산반호가 되는 것이다. 산반중에서도 성질 좋은 잎에 전면산반이나 산반호 무늬가 있는 것들은 기대품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월간 난과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