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황금빛 널은 들에 두 팔 벌려 섰다 약아빠진 참새는 머리꼭대기 밀짚모자에 앉아 똥을 갈긴다 가거라 어서 지나가거라 할 수 있다면 내가 진정 할 수 있다면 두 팔 끌어 모으고 꺽이지 않는 무릎이라도 꿇고 너에게 빌고 싶다 해볼 수 있는 것 해줄 수 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가을 들녘에 나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허수아비
황금빛 널은 들에
두 팔 벌려 섰다
약아빠진 참새는
머리꼭대기 밀짚모자에 앉아 똥을 갈긴다
가거라
어서 지나가거라
할 수 있다면
내가 진정 할 수 있다면
두 팔 끌어 모으고
꺽이지 않는 무릎이라도 꿇고
너에게 빌고 싶다
해볼 수 있는 것
해줄 수 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가을 들녘에
나는 허수아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