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나라직거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림사항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산채기. 난실 탐방

    작성일 : 14-01-28 03:04
    나에게도 애인이 생겼다
     글쓴이 : 난나라
    조회 : 3,893  

    2006년 12월
    나에게도 애인이 생겼다. 너무나 예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애인이 생겼다.
    한 해 산채를 마무리하는 송년산채대회. 얼마 전 서울로 입성한 이유로 식구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한 탓에 몇 시간 후에 춘향 고을로 떠나야 할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몸은 알코올로 단단히 소독되
    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동생차로 분당으로 가니 이미 보고픈 형님, 갑장, 아우님들이 이미 버스에 올
    라 안부인사, 세상사, 난담을 나누고 있었다. 남원 골로 향하는 버스 속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족
    한 잠을 채우는 회원들, 부족한 알코올을 채우는 회원들로 양분되어 저마다 각박한 현실에서 올 한
    해 나 이렇게 살았노라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노라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제 저녁 때 먹은 놈들이 뱃
    속에서 꿈틀거리고 이를 제어하려는 몸부림이 일어나 잠을 청했다. 일년에 몇 번씩이나 있는 큰 행사
    에서 그것도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버스 안에서 맹구가 디오니소스 신을 영접하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쩝!

    미명의 새벽. 버스는 목적지 남원 근처 알 수 없는 곳에 잠시 정차를 했다. 아마 기사가 길을 잃어버
    린듯하다. 이왕 선 김에 담배나, 화장실이나... 하면서 몸속의 노폐물을 자연으로 되돌려주자는 생각
    에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왠일인가?
    “A 형님 큰일 났어요?”
    “왜?”
    “아 글쎄 밑의 것이! 어쩌지요?”
    “좋은 일이야!”
    남원 추어탕의 기가, 춘향이의 음기가 나에게 미치고 있는 것일까? 하복부가 팽창하면서 송이 버섯
    마냥 부풀어 오른 그놈의 거시기는 잠시 나를 당황케 했다. 아! 어쩌란 말이야! 이 커진 이놈을 ♪ ♬


    목적지인 남원호텔에 도착하여 아침식사 후 간단한 회의로 내년도 임원을 선출하고 타 지회 회원들
    이 오기 전에 서울 팀은 산으로 갔다. 언제나 그렇지만 산이 고프고 난이 고픈 인정없는 서울깍쟁이
    들은 산지에 도착하면 산에 오를 생각부터 한다. 타지회 회원들 도착도,안부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얼마나 타는 목마름으로 악마를 그리워했던지.....
    “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에 가기 힘드니 가시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리세요.”
    하는 총무님의 말을 나를 포함한 모든 회원들은 건성으로 들으면서 눈은 주위의 산을 재빨리 훔치고
    있었다.
    “내려! 갑장!”
    내리고 보니 나와 갑장 셋, 인천의 형님, 영복이 형님 등 여섯이 내렸고 또 두 패로 나누어 셋씩 흩어
    졌다. 방향과 산세를 읽은 다음 입산. 산 초입에는 난이 보이지 않아 재빨리 작은 능선을 하나 넘었
    다. 가야할 산도, 볼 골짜기도 많은데 초장에 여기서 많은 시간을 뺐길 필요가 없지 않는가. 헤어진
    지 십 여분 만에 정호 갑장을 만났다. 그래 이건 운명이야! 평소처럼 둘은 호흡을 맞추어 동으로 동으
    로, 계곡이 나오면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한 시간 정도 탐란을 계속했지만 무수히 많은 난중에도 갖
    고 싶은 난, 모셔오고 싶은 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이! 되돌아가세! 서쪽으로!”
    갑장이 갑자기 방향등을 켠다. 나도 재미없고 무의미한 산행에 변화를 주고 싶어
    “그래”
    하면서 서쪽으로 역주행을 했다. 물론 좀 더 높은 정상 바로 아래 능선 쪽으로 전진을 했다. 그러기
    를 한 시간.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담배 한대 붙여 물고 물 한잔 마시고 탐란을 계속했지
    만 무늬 종은 안 보인다. 특히 우리 집에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집에 없는 게 뭐드라? 슬며
    시 “오늘도? 공탕!” 이라는 불안이 밀려오자 빈손이 두려워진다. 이제는 난도 보물찾기가 되어 버린
    시대라 공탕도 다반사요. 그 흔하디흔하던 산반도 영접하기가 어려워 장원 시대가 되어 버린 요즈음
    아닌가? 공탕을 두려워 말자 하는 생각도 떠오르고 “마음 비우고 산행을 하라”는 지인의 말도 떠오르
    고.... 작년 가을 남원골에서 무늬 좋은 호피반을 산채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정상으로 향했다. 누구처
    럼 남원 골은 나에게도 복을 주는 곳이야! 두 주먹을 쥔다. 힘이 생긴다.
    정상에 올라 주위의 산세를 보니 뒷산이 무척 마음에 든다. 소나무 숲 사이로 잡목이 듬성듬성 펼쳐
    져 있고 제법 바닥이 깨끗할 것 같다. 마음에 들었다. 가보아야지 하는데 하단부를 맴돌던 정호 갑장
    이 길 건너 앞산으로 가자고 손폰을 때린다.
    “아냐! 올라와! 좋은 곳 있어. 정상 넘어 뒷산으로 와”
    하면서 100 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영복이 형님의 숨소리를 뒤로 한 체 이미 내 발은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북향은 그냥 내달리고 눈여겨보았던 곳에서 계곡을 찾아들었다. 제법 신아를 포함해서 난이
    많았고 비록 손을 탔지만 볼 만한 곳이었다. 이내 정호 갑장도 도착하여 계곡 하나씩을 번갈아 가며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위로 위로 향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찾고자 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분
    명 있을 분위기인데..... 이때 일출 갑장이 좋은 서를 했다고 연락이 왔다. 겉으로는 축하해 하면서도
    속쓰린 이내 심정. 잠시 후 일출 갑장을 만났다. 가방에서 꺼내 놓은 예쁜 서산반. 약한 것이 흠이었
    지만 색감은 무척 예쁜 그런 서산반이였다. 맑을 서에 산반이라....좋은 꽃이 핀다면?....그래 나도
    할 수 있을 꺼야! 하면서 정호 갑장과 나는 위로 위로 전진 전진 또 전진. 아마 8부 능선에서 9부 능
    선 정도 될 지점이었다. 보이지 않던 암벽들이 나타나 산행이 힘들어 지고 있었다.
    “1~2부 능선과 9~10부 능선을 집중 공략하라...그런 곳은 통상 누구나 간과하기 쉬운 곳이다.” 산
    채요령의 하나! 나는 암벽 주변을 큰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아니 암벽 위에 서있었다. 아주 크다고
    는 할 수 없지만 제법 큰 암벽, 경사는 70도 정도. 생강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런 곳에도 난
    이..... 약간의 무늬가 눈에 스치며 지나갔다. 암벽에 붙다시피 발에 힘주고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아
    니 이건.......꿈에도 그리던 중투가 아닌가!


    "갑장! 하나했다! 중투다!" 하고 소리를 지르니 5미터 옆에서 계곡을 향하던 갑장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거야!”
    한 촉짜리 중투! 한 촉이면 어떠랴! 크기로 보아 생강근이 달려 있을 것 같은 약하지만 중투의 모습
    을 의젓하게 갖춘 내 애인이 잎장 하나 타지 않은 체 거기에 다소곳이 나를 기둘리고 있었다! 가만
    가만.... 사진부터 찍고....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방향이 맞지 않았는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나
    중에 보니 그림처럼 잘 나왔네요. 내 손폰 쓸만하네요!. 갑장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또 한번 내애
    인의 사진을 훔쳐 갈 동안에 난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위의 난들을 살펴보았지만 더 이상의 모실만한
    난은 없었다. 조심스레 내애인을 자기 애인인양 캐준 갑장이 하는 말
    “가세. 일생일란이고 일산일란이야! 자네가 오늘 장원일세!“
    “그래! 가자 우리 집으로! 앞으로 내가 많이 사랑해 줄 꺼야!”
    애인을 가방에 넣는 시간이 그리도 긴 적은 처음이었다. 눈을 들어 애인이 살던 곳을 살폈다. 방향은
    정남향. 약 9부 능선, 좌측에 계곡, 바닥은 암벽, 작은 소나무 밑......정말로 내 애인이 살았던 장소치
    곤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좋은 난님이 자리하는 곳은 웬만한 난 꾼들은 안다. 그러나 이곳은 뜨거운
    햇살이 하루 종일 비추고, 뜨거운 복사열이 발산되는 바위, 부엽토조차 쌓일 수 없는 경사지. 산행에
    서 드물게 만나는 부처손들이 사는 곳과 비슷하다고 할까? 용케도 내 애인은 거기에 있었다. 다만
    풍족한 것이 있었다면 오직 바람뿐이었으리라. 애인 앞으로 불어 왔을 수많은 바람, 바람. 바람....바
    람이 난을 키운다는 평범한 이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먼저 암벽 밑으로 향하던 갑장이
    “어이! 나 복륜 했네. 예쁘네. 조복륜했어!”
    복륜! 그 얼마나 귀한 난인가! 허나 복륜이라는 소리가 내 귀에는 그냥 무심히 들리니 인간 의 마음
    이 그 얼마나 간사한지....오! 주여! 이놈을 용서하소서!
    나는 애인이 살던 암벽 밑을 살폈다. 암벽 밑에 쌓인 부엽토 속에 예쁜 산반이 있었다. 무늬가 잎 끝
    으로 노랗게 잘 들었다. 형제처럼 오순도순 산반들이 자리하여 내 애인을 밑에서 지켜주며 살고 있었
    다.
    “가자! 너희들도 우리 집에!”
    이제는 정말로 하산이당! 내려오는 중에 일출 갑장을 또 만났다.
    “갑장! 열 셋 동안에 오면 중투를 보여 줄게. 하나, 둘, 셋...” 도저히 열을 셀 동안에 올 수 없는 거리
    에 있는 사람에게....난 이미 승자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아! 나쁜 놈! 맹구!
    그 산은 마지막으로 갑장에게 산반을 무더기로 흔히 말하는 뗏장째 안겨 주었다.
    “도대체 이 많은 산반을 안보고 간 사람들은 누구란 말이냐? 틀림없이 복색이 필거야!”
    하면서 중투를 보여준 나에게 답례로 나눔의 미덕을 베푼다. 그래서 산행을 같이 하는지도... 애인
    과 함께 하산하는 내발걸음은 올 봄 무주에서 5구 삼을 볼 때 마냥 가벼웠다.


    난나라 14-01-28 03:07
     
    강영구님의 글을  옮긴글입니다
    시리우스 14-03-31 12:17
     
    멋진 종자이네요^^
    요즘은 산에서 저런 물건 보기 참 어렵죠**
         
    난나라 14-05-14 05:44
     
    시리우스님!
    위의 그림에 있는거 만나로 한번 출동 해볼까요?
    날씨가 무더워 지고 잇네요 .
    건강관리 잘 하시고 항상 행복 만땅하시기를....
    니아러낭 14-08-01 20:34
     
    아주  이쁘네요
    난나라 14-08-25 10:39
     
    니아러낭 님 꼐서도 이쁘게 보이심니까?
    부부일심동체란 말이 새삼 생각이 나는군요.
    배경 그림이 난초이기에 더욱더 정감이 가는것 같습니다.
    부부간에 같은 취미를 하면 참 조은거 같아요.
    항상 산채도 동반을 하니까요.
    니아러낭님 막바지 여름 잘 마무리 하시고 항상 건강 하시기 바람니다.
     
     

    산채기. 난실 탐방

    Total 922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 채란한 난 관리 ◈ 난실탐방 (23) 난나라 14-11-19 54561
    2 나에게도 애인이 생겼다 (5) 난나라 14-01-28 3894
    1 한국춘란의 자생지 참나무정 14-01-16 11594
    <<  <  21  22  2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