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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글터

    작성일 : 14-11-09 09:11
    걸 수 없는 전화
     글쓴이 : 해암
    조회 : 2,562  
                                                    

        

     

    우리 엄니가 아는 글자라곤 '가'자밖에 모르십니다

    그런 엄니가 딸네 아들네 전화번호는

    번개같이 외우지요

     

    결혼 전 제가 객지에 있을 때도

    매일같이 전화를 해주셨는데 시집을 보내놓고도

    아침만 되면 전화를 하십니다

     

     

    오빠는 시집간 딸네 집에 매일 전화 하신다고 엄니를 뭐라하십니다

    오빠 몰래 하시다가 들키면 혼날까봐 말하던 중에 그냥 끊습니다

     

    전화번호 숫자가 늘어나면 하룻저녁을 긍끙 연습 하셔서

    다음날 신나게 전화하시곤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십니다

     

     

    같은 지역에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니까

    지역번호에다 번호가 바뀌니

    엄니에게는 만만치 않으셨지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셨답니다

     

    대단하신 엄니!!

    여든여섯에 눈도 어둡고 몸도 편찮으시면서도

    딸자식 그리워서.......  

     

     

    그래도 난 받기만 하고 내가 걸 생각은 못했습니다

    병이 나셔서 전화를 못 하시니 내 전화를 많이 기다렸을텐데

    무정한 전 몇 푼 되지도 않는 전화요금이 아까워

    잘 안 했습니다

     

    작년 가을 정액제가 생겨 속으로 "잘 됐다

    이제부턴 내가 엄니한테 매일 전화 드려야지!"  하고

    정액제를 신청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엄니께서는 앓아 누우신채

    "보고 싶은데 한 번 올 수 있겠냐고..."

    그 한 통화 하시고는 며칠 후 돌아가셨습니다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엄니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습니다

    보고싶단 말 듣고도 맨날 하시는 소리로만 알았습니다

    전화도 언제까지나 하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고 전화 걸고 싶은데

    엄니는 어디에도 그 모습 보이지 않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ㅡ모셔온글 ㅡ


    난나라 14-11-14 07:51
     
    걸 수 없는 전화 ...
    가슴이 뭉클합니다.
    부모님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군요.

    살아계실때 잘 하여야 한다고
    배웠으나 글지 못한 마음은
    살애생전에는 바쁘다는 핑게로
    내일로 평생을 넘기고 말았으니...

    해암님 조은글 감사 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 지네요
    감기 조심 하셔요.
    찬바람 14-11-14 11:39
     
    부모님께 효도할 마음은 가득한데
    사는게 녹록치 않아 뭔가 잘 해드려야 하는데
    자꾸만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게 우리네 서민들의 일상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부모님을 뵈올 날은 자꾸만 짧아지게 되겠지요.
    시간이 나는대로 아니면 만사 제쳐두고 부모님을 찾아 뵙는 것 도 좋을 것 같아요. 후회를 줄이기 위해...

    해암 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난나라 14-11-19 22:26
     
    그러게 말이여!
    너도 커서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니...
    그길을 가보지 안고서 어찌 알리요.
    해암님의 조은글 잘 새겨야 되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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