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 시인의 독백
소운 / 홍 성환
한적한 모퉁이
공원의 벤치에 베이는 쓸쓸함
열여섯 소녀가
시집을 펼쳐 보며
빨간 단풍 한잎 소중히 갈무리해
책갈피에 꽂아 넣는
상상을 하는게 요즘세상에서 사치일까?
한적한 공원을
한손에 책한권을 들고
낙엽의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걷고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요즘같은 세상에서 동떨어진마음의 사치라고 해야 하나?
나홀로
공원의 이곳 저곳을
헤메이는 모습이
남들에게는 하릴없는
중년 백수의 사치한 행동으로보일수도 있을게다
아무렴 어떨소냐
젊은시절 시집을 펼치던
열여섯 첫사랑 소녀도
중년에 만났던
책한권을 꼭 끼고 다녔던
중년의 그여인도
만날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고 안타까움이 있지만
가을은
변함없이 왔다가 가고
낙엽은
변함없이 쌓여 있는데
내 마음속에는
열여섯 소녀도
중년의 그여인도
오늘도 예전의 그날처럼 내안에 있는데
가을이야
때가 되면 가겠지만
내마음은
열여섯의 청춘도무르익은 중년도
내사는 날까지
내곁에 있을 터인데그것이면 된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