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 얼굴
할머니 살고 있던 지붕에
박꽃은 할머니같이 하얗게 웃더니
한가위 동산에 솟는 달처럼
녹색 문 열고 살짝 내민 얼굴
아득하게 잊어진 그 사람을 닮았다
지난 여름 내내
어버이 같은 당신 손길로
얼마나 어루만져 주었길래
저토록 세상을 향해 환히 웃으실까
떠난 고향 돌아와도
외롭다 말 아니하고
제 자리 지켜 내는 얼굴 하나
햇볕보다 더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