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나라직거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림사항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자유글터

    작성일 : 18-05-06 09:15
    응답하라 2012
     글쓴이 : 설향
    조회 : 1,278  



    이 억수비에 어딜 간다고?

     

    주말에도 눈뜸과 동시에 산으로 출격하는 남편이 어째 뭉기적거린다 했다내가.

     

    얘긴즉슨, 

    연로한 모친을 모시고 얼마전 귀농하신

    반농형님 댁에서 직접 놓아 기르는 오골계를 먹으러 가잔다.

    어차피 이 날씨에 산채도 못갈 것이고

    지기님들 모두 하릴 없이 집에서 빈둥거릴 게 뻔하니

    이참에 영양보충도 하고 우애도 다질 겸 가자는 것이었다.

    하긴. 우수수 봄비 속을 드라이브 겸 노니다 오는 것도 꽤 낭만스러울 것 같아

    속는 셈 치고 주섬 남편을 따라 나섰다.

     

     

    덕분에 가는 길목마다 빗속에 흩날리는 꽃이며

    나뭇잎이며 산새들이 너무나 경이로워

    간만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영광을 얻었지만 한편으론,

    이 궃은 날씨에 노모가 다 늙은 아들 친구,

    그니까 마누라까지 합세한 대부대를 대접하려면

    예삿일이 아닐진대 이를 어찌할꼬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담한 주택에 딸린 창고형 막사?에서 오늘의 식사는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야식野食.

     

    후훗,,이 얼마 만에 맛보는 야생 체험인가.

    사람들 모두 그 아련한 '청춘' 그 언저리를 생각하며 설렘으로 오소소 수선을 떨기 시작했다.

    몇은 솥단지를 걸 아궁일 만든다, 또 몇은 땔감을 주워 나른다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우리의 곱게 자란 윤 교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다 동구 밖 술 심부름을

    자처하며 나섰다.

     

    하지만, 정작 오늘의 메인 식자재인'오골계'를 잡으러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이한 것은 미물도 육감이라는 게 있는지 그 때까지만도 한가하게 상황을 관망하던

    오골 녀석들이 한꺼번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럴 땐 주인장이 나서는 수 밖에.

     

    그치만 불행하게도 어설픈 주인 손에 잡히는 눈 먼 닭은 한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술래잡길 하듯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니는 그 녀석들과 

    애초에 잡을 생각 따윈 추오도 없다는 듯 어기적 녀석들을 몰아가는 그 주인장이

    생뚱맞게도 참 잘 어울린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실랑일 보다 못한 한 지기님이 홀연히 일어나 그 곳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두 마리를 낚아 채왔다. 

    그리곤 곧장 녀석들의 목을 따기 시작했다.  

    아아악. 푸드덕 발버둥을 치는 녀석들의 긴 발톱을 보며 적어도 나와 윤교수는

    오늘 점심으로 저 녀석을 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적어도 그 때 만큼은 말이다.

     

     

    어느 새 발가벗겨진 닭이 펄펄 끓는 솥안으로 직행했다.

    뭐야 이 녀석. 뼛속까지 까맣잖아! 겉은 희고 속은 검다..일명 반전 닭이로군.

     

     

    -이건 실키라는 오골계인데 깃털이 실크 같아 붙여진 이름이야.

     품종이 귀해 충남 연산까지 가서 가져왔어.

     그리고 저 놈들 중 덩치 큰 놈은 장닭이 아니라 토종닭을 개량한 '우리맛닭'이야. 

     현재 유통되고 있는 맛닭은 세 품종이 있는데

     발목이 푸른 청리닭, 현인닭, 그리고 고려닭이야.

     흠,, 지금 막 당신들 배속으로 들어 간 놈은 청리란 놈이고.

     원래 오리지널 토종닭은 살집이 조막만해 간에 기별도 안가게 생겨 먹었거든

     그러다보니 이왕이면 살집도 있고 육질도 부드럽고 포란성이 우수한 품종,

     '우리맛닭'을 개발 복원하게 된 거야. 어때, 먹을만 하지?

     

    아마, 기똥찰거야. 산란기계공장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거든. 

    게다가 놓아기르다 보니 알 수거하러 다니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야.

    지척의 들과 밭은 물론이고 어떨 땐 저기 저 건너 집 담벼락 밑에서도 건져 올려.

    그러다 보니 몇일씩 묵혀 썩은 채로 발견되기도 하고 말이야.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자.살.하는 놈도 생겨난다는 거야. 

    저기 저 담장 보이지.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 그냥 막 뛰어 내린다니까. 

    것도 개 집 앞에 투욱!  말그대로 투신자살이야.

    그런 날은 졸지에 우리 노친 백숙 잡수시는 날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야. 하하하.

     

     

    자살이라..동물이건 식물이건 간에 꼭 자살하는 놈이 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그건 '자의식'의 수준에 달렸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가는 놈들은 내가 '그것'인 줄 모른다.

    바람이 불면 부는가 부다, 꽃이 지면 지는 가부다..하는 놈들은 절대 죽을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자의식.

    내가 그 바람인 줄 알면, 내가 그 꽃인 줄 알면 자연섭리에 나를 순순히 내어 주진 않는다.

    적어도 자살 닭은 자신이 '닭'인줄 알았으리라.

    낳아봤자 알은 내 새끼가 되어 주지 않을 것이고 뛰어봤자 우리 밖인 것을 분명 그 놈은 알았을터이다

     

     

    촉촉하게 환담이 오가고 풀어 놓은 술이 무르익자 사람 좋은 반농형님이 소장란을 푸지게 내어놓기 시작했다.

    그 덕에 지기님들은 앉아서 '산채'하는 기쁨을 누렸으며 나 또한 그의 얘기를 메모까지 하며 쫄깃하게 들어 준 덕에

     귀하디 귀한 '백설희'를 분양 받는 행운을 얻었다.

     

    햐, 그 뿐이랴. 한 판 가득 오골계란까지 챙겨들고 나니 한가위 보름달 처럼 허기진 마음이 넉넉해졌다.

    돌아오는 길, 웃음 꽃 만발한 내 얼굴을 보고 남편이 짖궂게 물었다.

    너, 비위 상해 닭같은 건 절대로 안먹는다며?!

     

    - 쳇. 내가 왜 안 먹어. 음식을 앞에 두고 안 먹는 건 천벌을 받을 짓이야. 암만!!!



         


        






    설향 18-05-06 09:18
     
    오늘처럼 비오는 오월의 주말이면
    어김없이 그날의 그 장면이 떠 오릅니다

    지기님들도 이런 추억돋는 장면 하나 씩은
    가슴에 품고 살지 않으신가요?
    상청 18-05-06 10:12
     
    설향님  안녕하시죠
    행복했던순간ᆢ
    또 슬펐던순간ᆢ
    힘들고 괴로웠던순간ᆢ
    즐겁고 아쉬웠던순간ᆢ
    그땐 몰랐네요
    그때가 그리울때가 올줄은요ᆢᆢ
         
    설향 18-05-07 07:02
     
    .. 

    상청님의  ..  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  은 더 길어지겠지요

    어제는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에
    그 지인과의 기억 속에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

    상청님, 이 잦은 비에 건강 조심하시고 내내 평안하시길..
    작천 18-05-06 12:55
     
    맛깔나게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은 마침 비가 오네요.
    설향님의 글 덕분에 저도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설향 18-05-07 07:07
     
    작천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부슬비가 하얗게 내립니다
    덕분에 지난 추억들로 발이 묶여 버렸네요 

    오늘은 파전에 동동주 어떠십니까? ㅎ ㅎ
              
    작천 18-05-07 09:16
     
    어제 슬픈날이었군요.
    저는 추억이 그리워 고향친구들을 만나 옛이야기 밤늦도록 나누다가 왔습니다.
    난나라 18-05-08 07:47
     
    설향님에게 이런 구수한 된장국물이 우러나올줄 나는 예연을 하지 못한
    과오를 저질러 한참 미안 합니다.

    저두 농삿군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와 가축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설향님의
    글을 보고나니 영길이 너는 아직 더 배워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답니다.
    난초 찿아 산천을 헤매고  난꽃 몇번 보고나이 저~~만큼 흘러간 세월 나이는 칠순을 넘기고 뒤돌아보니
    모두가 아름다웠던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되고 있지만 난초 이름만 많은줄 알앗는데  설향님의 닭종자의 십여종의 이름나열에  신기하고
    즐겨먹던 닭맛이 더 있을건가?  아까원서 못먹을건가? 갈림길에 서있네요~~

    다음에 그런 닭 기회가 되면 불러 주세요  쐬주 아니면 산삼주 들고 갈랑깨요.

    오늘도 행복 많이 만드시면서 화이팅 허세요,
     
     

    자유글터

    Total 1,74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명명품 거래에 대한 위약금 공지
    공지 <난나라 판매 난초 등재시 운영 협조문> (6) 난나라 23-09-25 5544
    공지 명명품 거래 위약금 보상에 대한 공지 (17) 난나라 20-11-06 21550
    공지 난나라 난향고을 진행사항!! 입주자를 찿고 있습니다, (33) 난나라 19-06-17 46839
    공지 난나라 홈페이지 새단장에 즈음하여 ~~~ (48) 난나라 18-03-06 138398
    공지 친인척간의 계촌법과 호칭 (17) 난나라 13-12-29 34987
    785 2018전국 난인의날 행사에서 정태교 왕비님께서 퀴즈 1등 을 거머쥐었다. (7) 난나라 18-05-22 2065
    784 연락바랍니다..............// (4) 넙쭉이 18-05-21 1427
    783 살다보니 이런 일도...있긴...있네요. (12) 찬바람 18-05-16 1816
    782 밥벌이 모셔온글 (8) 난나라 18-05-13 1419
    781 스티브잡스의 생전 메시지... (10) 찬바람 18-05-10 2077
    780 2018. 5. 9. 양제동 aT경매장 낙찰 결과 (12) 푸른바다 18-05-10 1282
    779 2018 합천에서 난인의 날 행사 안내 (5) 푸른바다 18-05-08 1553
    778 감히.내가이런글쓸자격이있을까마는. . . (12) 거창난향 18-05-07 1804
    777 응답하라 2012 (7) 설향 18-05-06 1279
    776 급난지붕(急難之朋) [펌] (4) 찬바람 18-05-06 1174
    775 돌로미티2 (1) 후곡 18-05-02 1059
    774 난 판매에 관하여 건의 드립니다 (7) 죽송 18-05-02 1226
    773 난담 정담 (16) (15) 소운 18-04-30 1352
    772 광양시...가족과 함께한 신규직원 임용장 수여식 참석 (6) 찬바람 18-04-30 1297
    771 미항 여수의 야경... (10) 찬바람 18-04-30 1409
    770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8) 찬바람 18-04-29 1221
    769 난초 등재? (6) 한라산 18-04-25 1272
    768 수묵화 한점을 선물받았습니다 (8) 상청 18-04-24 1039
    767 폴리트비체 2 (1) 후곡 18-04-21 1234
    766 석란꽃 (11) 난터 18-04-15 1511
    765 편안함이 머무는 그곳 난나라! (8) 상청 18-04-14 1192
    764 이해심많은우리회원님 (5) 우리장군 18-04-12 1419
    763 어느 난 가게 사장님 (10) 난보바 18-04-12 2814
    762 폴리트비체 (5) 후곡 18-04-11 1043
    761 난나라 방문 회원님 (7) 난나라 18-04-10 1160
    760 남바람꽃. (2) 宇康 18-04-09 881
    759 안녕 하세요~ *목신* 입니다~ (7) 목신방 18-04-09 857
    758 청명한식날 (7) 난나라 18-04-07 1051
    757 브레드 호수 (3) 후곡 18-04-06 960
    756 난담 정담 (17) (8) 소운 18-04-06 1780
    755 이렇게 인연은 시작되고ᆢᆢ (9) 상청 18-04-04 1182
    754 "난향고을"표지석 글입니다 (16) 성암 18-04-02 1949
    753 할슈타트 (4) 후곡 18-03-30 1008
    752 회원정보란에 아이콘은 본인의 사진인것 같은데 gif 파일을 jpg파일로 바꿀… (3) 모과 18-03-30 848
    751 난과 인연 (6) 난보바 18-03-29 2571
    750 애란인 여러분! 이러시면 안됩니다. (10) 모과 18-03-28 1323
    749 화사한 봄날을 보내며~~~~ (7) 宇康 18-03-27 1101
    748 직거래 장터나 경매 코너에 가끔 글을 판매자와 통장 주인이 상이 한 경우 (4) 모과 18-03-27 1092
    747 난을 왜 키우나요? (10) 난보바 18-03-27 4616
    746 난실 탐방 (5) (10) 소운 18-03-26 1412
    <<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