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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이야기

    작성일 : 18-05-02 12:34
    박쥐나무(팔각풍:八角楓) 이야기
     글쓴이 : 녹제
    조회 : 1,866  

    <박쥐나무(팔각풍:八角楓) 이야기>

     

    나는 높다란 잎사귀 밑

    낮은 그늘을 사랑 하려네

    모난 잎 아래 투영된 빛살 따라

    수줍게 내려앉은 눈부신 사랑

     

    온종일 얇은 햇살 눈부시게 새어들고

    둥지에서 어린 새들이 지저귀면

    잎사귀 밑 미로처럼 엉키어 오는

    작은 설레임을 노래 하려네

      

    나무 등걸마다에 바람이 일어

    허파 가득 채워진 방울진 횐희들

    첫사랑 기억 같은 푸른 떨림 다가와

    그 두근거림을 먹고 마시며

    모든 핏기 잃어가는 것들을 위해

    나는 노래하고 싶었네

     

    높다란 곳에 매달린 잎사귀들이

    멀건 낮달을 자꾸만 한쪽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네

    밤을 닮은 어스름 같은

    나는 낮은 잎의 눈물을 노래하고 싶었네

     

    높다란 잎사귀의 둘레에 사로 잡혀

    허우적대는 낮은 잎을 위해 노래 하려네

    서러운 만큼만 노랠 하려네

    낮게 깔린 삶, 모난 모양새

    그 낮은 잎의 서러움만 노래하고 싶었네

     

    연초록 그리움이 묻어나는 5월이 저물고

    6월이 오면 신록은 조금은 투박한 짙푸름으로 변해간다.

    맑고 투명한 햇살이 투영되던 밝은 5월의 빛과는 달리

    숲에 투과되는 6월의 빛은 제법 어른스러움을 자랑하는 나뭇잎에 가려져

    비루하게 갈라진 남루한 빛을 뿌려준다.

    이때 숲 사이로 산란되어 투영되는 빛을 올려다보면 언뜻 언뜻 비치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영락없이 박쥐모양으로 흔들리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 나무가 바로 박쥐나무이다.

     

    박쥐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의 산야에 분포하는 나무로서

    음지와 양지 구분 없이 자생하는 나무이며 커다란 큰키나무들이 밀집된

    숲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자태로 버티어 살아가는 나무이다.

    키가 큰 나무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을 보면 대체로 몇 해를 넘기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리거나 빛을 찾아 가냘프게 비실비실 가늘게 위로만

    키를 키우게 마련인데 이 박쥐나무는 위로 키를 키우는 대신에

    키를 짧게 만들고 그 남은 에너지를 잎을 활짝 펼쳐지게 만들어

    순간순간 들어오는 빛을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받아낼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그 모습이 포유류로서 공기주머니 없이 하늘을 나는 박쥐가

    최대한 날개를 활짝 펼쳐 하늘을 나는 원리와 어찌 그리 흡사한지

    잎의 생김만으로 말하기에 앞서 생태적인 부분까지 예전에 이 나무에

    이름을 붙인 사람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박쥐 하면 얼른 떠오르는 느낌이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는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우화에 등장하는 박쥐의 이야기다.

    조류와 만날 때는 자신이 새라고 이야기 하면서 놀고 일반적인 들짐승들이

    있을 때는 자기는 새가 아니라고 우겨서 들짐승과 날짐승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해 결국은 동굴에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박쥐라는 이름을 잘 이해하면 박쥐가 그리 나쁘지 않은

    동물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원래 박쥐의 이름은 밝은 쥐라는 뜻으로 다시 말해서

    밤에도 잘 돌아 다니는 눈이 밝은 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우리 조상들도 박쥐를 오복(五福)을 상징하는 동물의 하나로

    여겨왔고 양반 댁 가구나 생활 용품에 박쥐의 문양을 새겨 넣기도 했던 것이다.

    오복(五福)이라 함은 장수(長壽), (), (), 강녕(康寧), 다남(多男)

    말하는데 이 오복 중에서도 박쥐는 재물을 상징하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

    여인네들의 장신구인 귀걸이나 반지 등에도 귀하게 새겼다는 것이다.

     

    근래에 와서도 박쥐를 다른 방향에서 조명하여 긍정적인 부분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팀버튼 감독이 만든 명작 영화 배트맨 시리즈이다.

    배트맨은 박쥐를 본떠서 만든 박쥐를 형상화 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하는 행동은

    꼭 박쥐와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트맨은 밤에만 나타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박쥐의 나쁜 습성과는 달리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실천하는 심판자로서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주는 통쾌하고 멋진 정의의 사도다.

    어찌 보면 배트맨이란 영화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 된다.

    이런 의미에서 박쥐나무는 기존에 느끼던 박쥐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뒤로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좀 더 매력적이고 우호적인 나무로

    비춰 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해서 박쥐나무를 다른 각도로 심탐(深探) 해 본 결과 이른 봄에 잎이 연할 때는

    나물로 해서 먹는다고도 하고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필자가

    산행 중에 어린잎을 하나 따서 씹어 보았더니 쓰고 누린 맛이 매우 강하여

    나물로 해서 먹기엔 조금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쨌거나 생활이 궁핍했던 옛 사람들은 무엇 하나 산에서 나오는 것들은

    허투루 여길 수 없었던 만큼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한편 한방에선 이 박쥐나무의 뿌리를 팔각풍근(八角楓根)이라 하여

    약용 하는데 외용으로 진통제와 마취제로 이용 했었다고 하니

    대부분의 누린내가 나는 잎이 가진 특별한 독성분중 하나가 아닌가 해석이 된다.

    이러한 독성분을 가진 식물들은 아무리 어린잎일 때 독성이 미미하다 하여도

    나물로 먹기 위해선 데친다거나 우려내는 등 충분한 노력이 필요 했으리란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가는 일이다.

     

    한편 이 박쥐나무의 꽃 또한 아주 독특한 모양으로 피어나는데

    새하얀 꽃잎 네 장이 뒤쪽으로 도르르 말려 올라가면 기다란 연노랑 꽃술이

    수줍게 아래를 향해 다소곳이 얼굴을 내민다.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들이 뽀얀 색감으로 피어나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옆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 숨을 쉬기만 하여도 금방 오염이 되어

    시들어 버릴 것만 같은 태초에 탄생한 순수의 모습 그 자체라고나 할까?

    인간의 세계에 내 던져진 천사의 자태 같은 그 꽃 모양을 보면

    쳐다보며 숨을 쉬기조차 두려워 질만큼 절대 순수의 느낌이 동공을 아리게 한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태초에 만들어진 순수 그대로의 색감을 간직한 꽃,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천녀(天女)같은 모습을 간직한 꽃이기에

    이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는 박쥐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밝은 눈과 맑은 영혼을 가진 박쥐라는 이름의 나무라는 의미로 해석을 하고

    이미 우리에게 고착화 되어버린 고정관념을 버리고 발상의 전환이란 어휘를

    정형화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다시금 되뇌어 본다.

    녹제/조연상


    어울림 18-06-15 20:32
     
    박쥐나무!!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요~~
    꽃이 아주 예쁘네요 ㅎㅎ
    덕분에 배우과 갑니다^*^
     
     

    약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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